우리학교 교문에는 “6․25한국전쟁 59주년, 6월 민주항쟁 22주년, 6․15남북공동선언 9주년, <우리의 소원은 겨레의 통일>비 제막식”이라는 플레카드가 걸려있다.

3년여 동안 전쟁을 치렀던 국토는 폐허 그대로였다. 지금을 살고 있는 어린 학생들은 그 폐허를 본적도 없고, 보릿고개를 이야기해도 소설처럼 들릴 뿐이다.

5·6공 군사독재정권을 타도했던 6월 민주항쟁의 역사도,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보기에는, 도무지 개념이 없다는 요즈음의 아이들에겐 한낮 흘러간 역사다.

남북공동선언도 무더운 여름철에 아이스크림을 빨아먹는 아이들에겐 어른들의 달콤한 역사이고 추억일 뿐이다.

작년, 촛불 시위 군중이 명박산성을 넘으려하자, 뒷동산에 올라가 아침이슬을 불렀다며 국민 앞에 두 번이나 고개를 숙인 대통령의 숨은 마음을 읽어내지 못한 국민들은, 이제는 더 이상 속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벼랑 끝에 몰리는 것을 보고서야 나섰던 대학 교수들이 이번에는 생각보다 빨리 나서고 있다.

5․18과 6․10민주항쟁을 겪으며 민주주의를 일궈낸 그들이 현 시국을 보고 견뎌내기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처음 있은 후, 체 열흘도 안 되어 4천여 명이 넘는 교수들이 참여한 것은, 건국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에선 대학교수의 전체 숫자에 비하면 극소수라며 꼼짝도 하지 않는다. 해석은 자유이고 알아서 할 일이다.

교묘한 논리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외치고 싶은 국민들의 마음을 억누르고 위엄을 보이면 땅속으로 기어들어 가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오판이고 착각일 뿐이다. 6․10민주항쟁 이후 민주주의가 무엇이라는 것을 알게 된 국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작년, “촛불은 누구의 돈으로 샀는지 즉각 보고하라.”는 청와대의 불호령 속에는 좌경 빨갱이의 돈으로 샀을 것이니, 그들을 집어 넣어버리면 끝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조문객이 든 5백만 개의 촛불은 틀림없이 돌아가신 노 전대통령이 주신 영혼의 돈으로 샀을 것이니, 어떻게 처벌할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시간이 아직은 남아있을 때, 못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는 끝장을 내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돈푼이나 권력께나 있는 잘난 사람들이 보기엔, 당장 멱살을 조여다가 집어 넣어버리고 싶겠지만, 세상사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

6·25한국전쟁도 못난 졸병들이 제일선에 나가 싸웠고, 6․10민주항쟁도 잘난 장차관들이 이루어 낸 것이 아니었다.

6월은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다. 피를 흘렸던 추억이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피를 흘리며 자라난다는 것을 알게 한 추억이다.

다시 선 6월의 길목에서, 우리 광주효광중학교에서는 학생교류 체험학습 결연을 맺은 전남 완도 청산에 있는 청산중학교의 교직원,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주민들과 마음을 모아, 본교의 늘푸른동산에 통일을 염원하는 비를 오늘 세웠다.

원래 하나였던 우리 겨레가 외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통일의 과정과 절차는 민주적으로, 어떠한 경우라도 전쟁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되어, 세계 인류 역사에 공헌하는 나라와 겨레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운 것이다.

정말 이제부터라도, 6월은 피를 흘리는 역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특별히 오늘 이 비를 세우는 것을 바라본 어린 학생들에게 자주와 민주와 평화통일을 꿈꾸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 교육 경력
· 교사(광주제일중학교, 광주제일상업전수학교, 천안북일고등학교,
청산중학교, 완도중학교, 보성복내고등학교, 전남고등학교,
전남공업고등학교, 광주선명학교, 광주선광학교)
· 교감(월곡중학교, 광주화정중학교)
· 교장(신가중학교, 광주효광중학교)
· 교육의원(광주광역시의회)
· 이사장(동아여자중·고등학교)

▶ 저서
· 미래를 향한 광주교육의 어제와 오늘 1권, 2권, 3권
· 우리의 후손인 젊은이들에게
· 버림받은 교사들이 이 나라를 살려낼 것이다.
· 지금부터라도 잘해보고 싶은 사람 다 모여라.
· 국민 여러분 이것은 아니올시다.
· 김마담과 근로정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