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효광중학교 김선호 교장

우리학교 교문에는 6월이 오면 6･25의 절망과 6･15의 희망을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조국을 자주적으로 민주적으로 평화적으로 통일시키자! 광주효광중학교 교직원. 학생회.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회라는 크고 작은 글씨로 색깔의 구색을 맞추어서 3줄로 길게 쓰여 진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그렇다. 6･25는 단군 이래 가장 큰 민족의 비극이고 절망이었다. 그 비극과 절망이 반세기가 넘도록 지금까지 진행되어 오고 있다. 플래카드 그대로 세계 200여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분단되어 있는 부끄러운 나라다. 참으로 부끄럽다.

어느 지체 높으신 분은 6･15공동선언을 이적행위라고 혹평하기도 했지만, 그나마 그것이라도 있어서 희망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위안이 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과 민족에게 통일 이상의 역사적 소명이 무엇이 있겠는가? 현 정부의 국정지표로서의 구호인 <선진 일류국가>를 위해서도 통일이 필수적 요소다. 그래야만 5대양 6대주로 뻗어나가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가 바라는 통일은 적화통일도 아니고 흡수통일도 아니다. 외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우리의 힘과 역량으로 이룩하는 자주적 통일이고, 민주적 과정과 절차를 밟아서 이루어내는 민주적 통일이고, 어떠한 경우라도 다시는 6･25와 같은 비극과 절망이 없는 평화적 통일이다.

나는 평소 내가 생각했던 자주･민주･평화통일을 위하여 우리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를 생각해보았다.

일상생활 속에서 통일에 대한 바른 생각과 의지를 갖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6월 2일 월요일, 소위 학교장 훈화를 통해, 학교 교정 한 곳에 통일동산을 만들고, 거기에 통일을 염원하는 가칭 <통일 염원비>를 세워보는 것이 어떻겠는가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었다.

돌아오는 6월 17일 화요일에 학생회를 갖겠다고 한다. 거기에서 가결되면 다음날 전교생에게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과반수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학교운영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여 심의를 받아 확정한 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많은 학교에서 참고했으면 좋겠다.

대통령의 생각이 아무리 좋다 해도 혼자만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면 위험한 것이다. 국민 모두는 아니더라도 대다수가 좋아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나는 “통일동산에 <통일 염원비>를 세우겠다는 내 생각이 좋으니, 학생들은 내 생각을 따르라.”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어이 그 비를 새우기 위해서 배후세력을 두어 조종하지도 않았다.

충분히 이야기하고 교육했을 뿐이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충분히 토론해보도록하고, 허심탄회하게 개인 의사를 묻고, 그 결과에 따라서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역할만 할 따름이다. 우리가 죽기 전에 이 아이들이 빨리 자라서 우리와 함께 통일을 이룩했으면 좋겠다.
김선호의 "국민여러분! 이것은 아니올시다" 중에서~

▶ 교육 경력
· 교사(광주제일중학교, 광주제일상업전수학교, 천안북일고등학교,
청산중학교, 완도중학교, 보성복내고등학교, 전남고등학교,
전남공업고등학교, 광주선명학교, 광주선광학교)
· 교감(월곡중학교, 광주화정중학교)
· 교장(신가중학교, 광주효광중학교)
· 교육의원(광주광역시의회)
· 이사장(동아여자중·고등학교)

▶ 저서
· 미래를 향한 광주교육의 어제와 오늘 1권, 2권, 3권
· 우리의 후손인 젊은이들에게
· 버림받은 교사들이 이 나라를 살려낼 것이다.
· 지금부터라도 잘해보고 싶은 사람 다 모여라.
· 국민 여러분 이것은 아니올시다.
· 김마담과 근로정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