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효광중학교 김선호 교장

고려 말, 조선 개국을 꿈꾸며 이방원이 정몽주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로 시작되는 하여가를 부르자, 정몽주는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다시 죽어”로 시작하는 단심가로 응대했다.

제일가는 충신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조선 태조가 될 아버지 이성계와 함께 개국을 꿈꾸고 있는 이방원에겐 최대의 적이 아닐 수 없었다.

죽임을 당할 것임을 직감한 정몽주는 끝까지 사진의 곁을 떠나지 않는 녹사 김경조와 함께 막역한 친구인 성여완의 집으로 가서 술상을 받아 해질 무렵까지 취하게 마신 후, 돌아가는 길에 자신을 죽이러 올 사람을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다며, 말을 거꾸로 타고 가다 선죽교를 지나가자, 자객으로 보낸 조영규에게 철퇴를 맞고 유혈이 낭자한 죽임을 당했다.

그 때가 고려 말 공양왕 4년 4월 4일로 향년 56세였다. 벌써 600년이 훨씬 지난 일이지만, 우리의 가슴속엔 고려 충신 정몽주로 남아있다.

지난 2009년 5월 23일, 경남 김해의 봉하산 부엉이바위에서 “나는 더 이상 민주와 진보를 말할 자격이 없다. 국민들은 이제 나를 버려야 한다.”며 돈을 받은 부인을 원망하지 않고, “모든 것은 운명이다.”라면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기득권 세력이나 언론과 결탁을 거부한 죄, 검찰과 경찰을 청와대의 시녀로 삼지 않은 죄, 감히 친일파 청산을 시도한 죄, 국가와 국토의 균형발전을 시도한 죄, 금권선거를 단절시킨 죄, 남북 인적 왕래를 대폭 확대시킨 죄, 청와대가 당을 장악하지 않은 죄, 감히 부동산 값을 잡으려고 한 죄, 서민을 위해 복지 예산을 대폭 늘린 죄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죄를 징벌하기 위하여, 언론과 검찰과 경찰을 동원해 치졸하고 야비한 칼날이라는 자객을 부엉이바위로 보낸 것이다.

나는, 자식의 유학비용 때문에 대통령 몰래 영부인이 받은 돈마저도 받지 않았어야 했다고 질타한 적이 있다. 이 한 가지 잘못만 없었더라면, 모든 면에서 언행이 완벽했다고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영부인에게 탈진상태가 될 정도로 고성을 높여 분노했다고 한다.

인격과 자존심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장인이 좌익이었다 하여 아내를 버릴 수 없다.”고 하였듯이, “내가 직접 받으라고 한 돈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한 몸으로 살아온터라, 나 몰래 받은 것도 내가 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며 없어져버린 연좌제까지 받아들인 것이다. “꿋꿋하게 살아야지 죽긴 왜 죽어”라고 말했다는, 통장에 남은 29만 여원으로 여생을 살아간다는 철면피 같은 어느 전임 대통령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부엉이바위의 노무현은 수백 년 수천 년을 이어 갈 역사 속에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 것인가? 바위에 계란치기와 같이, 되지도 않을 줄을 뻔히 알면서 수없이 부딪쳤던 바보 노무현, 많은 사람들로부터 그토록 미움을 받으면서도 원칙을 준수하고, 없는 자의 권익과 되지도 않을 지역 색을 타파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노무현, 시민주권 사회를 위한 참여운동을 펼치자며 답답한 국민들을 바라보며 진보적 민주주의를 주장했던 멍텅구리 노무현은 우리 국민에게 무엇인가?

죽임을 당한 후에야 깨달음을 얻은 국민들은, 부엉이바위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답은 있다.

명박산성을 넘어야 할 시점이 오면, 이제는 주저없이 모두 힘을 다해 넘는 것이다. 가까이는 금년 10월이고, 멀리는 내년 6월 초와 2012년 총선이다. 이 때를 확실하게 넘어주지 못하면, 100년 이상 노예처럼 살 것을 각오해야 한다. 아니, 당하고 살아야 한다.

선죽교가 정몽주라는 고려 말의 충신을 연상케 하는 돌다리라면, 부엉이바위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온 몸을 던진 노무현의 진보민주주의를 꿈꾸는 국민적 단결과 저항을 연상하게 하는 바위가 아니겠는가?
...김선호의 "국민여러분! 이것은 아니올시다" 중에서~

▶ 교육 경력
· 교사(광주제일중학교, 광주제일상업전수학교, 천안북일고등학교,
청산중학교, 완도중학교, 보성복내고등학교, 전남고등학교,
전남공업고등학교, 광주선명학교, 광주선광학교)
· 교감(월곡중학교, 광주화정중학교)
· 교장(신가중학교, 광주효광중학교)
· 교육의원(광주광역시의회)
· 이사장(동아여자중·고등학교)

▶ 저서
· 미래를 향한 광주교육의 어제와 오늘 1권, 2권, 3권
· 우리의 후손인 젊은이들에게
· 버림받은 교사들이 이 나라를 살려낼 것이다.
· 지금부터라도 잘해보고 싶은 사람 다 모여라.
· 국민 여러분 이것은 아니올시다.
· 김마담과 근로정신대